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일대, 흔히 ‘미아리 텍사스’로 불리던 지역은 한때 성매매 산업의 중심지로 번성했던 공간이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이곳은 ‘금지된 거리’로 여겨지면서도 수많은 여성들의 삶의 터전이었고, 서울의 도시 개발사에서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강제 철거가 현실이 되면서,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여성들의 삶 또한 끝없는 방황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거리의 삶과 재개발의 충돌

현재 미아리 텍사스에는 불과 수십 개의 업소만이 남아 있고, 성매매 종사자도 100여 명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입니다. 이곳은 지난 수십 년간 점진적으로 쇠퇴해 왔고, 이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재개발될 예정입니다. 철거가 마무리되면, 1~2층짜리 건물들이 사라지고 최고 47층 높이의 아파트 2,20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이러한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서, 여성들은 결국 쫓겨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과거의 영광과 쇠락
미아리 텍사스는 1960년대 종로3가 일대 성매매 집결지가 도심 재개발로 사라진 뒤, 일제시대 공동묘지였던 하월곡동으로 옮겨지면서 형성됐습니다. 1980년대에는 ‘3저 호황’과 통금 해제라는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한창 번성했습니다. 골목마다 사람들이 북적였고, 올림픽 특수까지 더해져 “동네 개도 만 원짜리를 문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에 접어들며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의 강력한 단속, 성매매방지특별법의 시행, 그리고 2005년 발생한 업소 화재 사건 등으로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09년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며, 철거와 이주의 압박은 본격화됐습니다.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이곳에서 27년째 일해온 이모(66)씨는 한때 종업원, 업주, 호객꾼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손님을 보면 진상인지 아닌지 단박에 안다”며, 오랜 경력을 ‘기술직’이라 표현할 정도로 이 일을 자부심 있게 여깁니다. 남편의 병환과 자녀 양육이라는 절박한 현실로 인해 이곳에서 일하게 됐다고 고백하는 그는, 결국 업소 운영 혐의로 복역까지 했고, 여전히 벌금을 갚기 위해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여성 B씨(38)는 10년 넘게 미아리 텍사스에서 생활해 왔습니다. 하루에 손님 두세 명도 보기 힘든 지금, 월수입은 50만 원에도 못 미친다고 말합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선택했지만, 이주 대책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지난해에는 같은 지역에서 일하던 미혼모가 사채 빚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미아리의 마지막 여성들

지난 4월 16일, 법원은 이 지역 주거지에 남아 있던 마지막 두 여성에 대한 강제 퇴거를 명령했고, 이에 따라 현재는 거주 중인 여성은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B씨를 비롯한 여성들은 성북구청 앞에서 농성을 벌이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청은 오는 21일까지 농성장을 자진 정리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여성들에게는 갈 곳도, 다른 선택지도 없습니다.
비슷한 사례와 향후 전망
비슷한 사례는 2010년대 초반 청량리 588 철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시에도 성매매 종사자들이 ‘성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며 퇴거에 반대했지만, 철거는 강행됐고, 대다수는 제대로 된 지원 없이 쫓겨났습니다. 대구 자갈마당 또한 2016년부터 철거가 추진되어 현재는 폐허화되었고, 관련 종사자들의 이주는 대부분 자력에 맡겨졌습니다.
미아리 텍사스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행정 당국은 도시 이미지 개선과 부동산 가치 상승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성매매 종사자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이주 대책은 부재한 상황입니다. 성북구청이 예고한 강제 철거가 현실화되면, 이 여성들은 거리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단지 ‘철거’라는 말로 덮기에는, 이 거리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역사는 너무나도 무겁습니다.
앞으로의 결론은 명확합니다. 미아리 텍사스는 사라지겠지만,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현실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공존과 전환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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